이대섭 기자
김건희,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 前영부인
피의자 출석 특검 조사 시작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포토라인을 지나 취재진 질문에도 응할 예정이다.
헌정 사상 전·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과거 2004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출석 사실은 귀가 후 알려졌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역시 이튿날에서야 공개됐다.
이번 조사는 김건희 특검법(공식 명칭: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에 따른 것으로, 김 여사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의혹은 총 16건에 달한다.대표적으로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 수수 의혹, 민간인 국정개입 의혹, 선거개입 및 공천 개입 혐의, 양평고속도로 및 공흥지구 인허가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개입과 국가기밀 유출 혐의 등이 포함된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씨를 통한 여론조사 무상 수수 및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한 통일교 청탁 로비 및 명품 수수 의혹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가 자금을 제공한 ‘전주(錢主)’로 가담한 정황을 두고, 대법원 유죄 판결문에서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점을 근거로 공범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날 조사는 사건 발생 시점의 시간 순서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의혹, 명태균 여론조사 및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순으로 진행된다.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특검은 약 1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사전 작성했고, 김 여사 측의 건강상 사정을 고려해 심야 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김 여사 조사는 3명의 검사들이 분야별로 나눠 담당한다.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 한문혁 검사(사법연수원 36기)가 맡는다.
한 검사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및 서울고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금융범죄 전문 검사다.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은 울산지검 형사5부장 인훈 검사(37기)가, 건진법사 청탁 의혹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수단 소속 김효진 부부장검사(38기)가 각각 조사한다.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선 2022년 대선 당시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 캠프를 통해 총 3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 81회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공천했다는 의혹이 쟁점이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서는 2022년 4~8월 사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건진법사를 경유해 교단 현안을 청탁받고, 명품백 및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시가 약 6000만 원)를 수수한 정황이 핵심이다.
이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스페인 나토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김 여사 오빠 김진우 씨 장모의 집에서 동일한 제품의 모조품이 발견된 점도 특검이 집중적으로 파악 중인 사안이다.김 여사 측은 이날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명태균, 건진법사 관련 의혹 모두 사실무근이며, 김 여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한편 이날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 채명성, 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하며, 특검 측에서는 부장검사급이 직접 조사에 참여한다.
김 여사와 민중기 특검 간 별도 면담이나 비공식 ‘티타임’ 등은 예정돼 있지 않다.향후 조사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공흥지구 특혜 개발 등 의혹도 남아 있어 김 여사의 추가 소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번 조사는 김 여사 수사의 본격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