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손·발에 쇠사슬 ”美에 구금 한국인 자진출국 형식 10일 귀국 예정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에 대한 석방 교섭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수가 '자진 출국' 형식으로 미국을 떠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0일 한국행 전세기를 탈 것으로 보이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게 한다는 데 한미 실무당국간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단속에서 체포·구금된 이들은 대부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입국 시 지닌 체류 자격 상 현장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는데도 이를 어겼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고, 그에 따라 체포·구금됐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자진 출국, 강제 추방, 이민 재판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가장 빨리 석방 및 귀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진 출국이라는 게 재미 한국계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강제 추방을 당하는 것은 불법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서 시간이 더 걸리고, 이민 재판을 받는 경우는 소송 승률도 낮을뿐더러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구금자들에 대한 영사 조력을 하고 있는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와 애틀랜타 총영사관 당국자들로 꾸려진 현장 대책반은 ICE와의 교섭에서 일괄적으로 '자진 출국' 절차를 통해 구금자들을 석방하면 이들을 전세기에 태워 귀국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ICE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주미대사관도 백악관과 국무부, 국토안보부, 연방 의회 등과 계속 접촉, 이번 사태가 한미 동맹 및 경제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조기 석방이 필요하다고 설득작업을 폈다고 한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한 당국자는 이날 현지 한국 업체 관계자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현재 구금된 우리 국민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것이 ICE 측과 협의가 됐으며, 그 방법은 자발적 출국이다. 가능한 한 빨리 고국으로 모시기 위해 실무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아직 ICE가 부여하는 외국인 번호인 'A넘버'를 받지 못한 구금자들도 있어 이들이 이 번호를 받으면 계속 면담을 통해 자진 출국 동의를 받는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300명 넘는 한국인 구금자 전원이 자진 출국 방식을 택해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향후 미국 입국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면, 이를 피하기 위해 이민재판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구금자들에 대한 향후 불이익을 얼마나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와 함께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국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유치를 해놓고도 막상 미국 내 취업 및 노동이 가능한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 문제, 배터리 공장처럼 최첨단 장비를 다뤄야 함에도 현지에서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 등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지속해서 제기해온 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