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배 인상 전문직 비자 수수료 1인당 140만원→1억4천만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연간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려 외국인의 입국 문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포함한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다.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000건만 발급한다. 기본 3년 체류를 허용하며, 연장할 수 있다. 영주권도 신청 가능하다. 추첨 등록비 215달러와 청원서 제출비 780달러 등 단순 신청 비용은 약 1000달러대였다.

이번 포고문에는 이런 H-1B 비자 수수료를 1년에 10만달러로 크게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체류 기간 매년 같은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갱신해야 한다.

포고문 서명식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핵심은 연 단위라는 것”이라며 “최대 6년까지 적용되며 매년 10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갱신 때나 처음에나 회사는 이 사람이 정부에 10만 달러를 지급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 신청이든 갱신이든, 회사가 판단해야 한다. 이 인력이 정부에 ‘연 10만 달러’를 낼 만큼 가치가 있는지”라며 “아니라면 본국으로 돌아가고, 회사는 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것이 이민 정책의 핵심”이라며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최고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무료로 발급된 비자로 아무나 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어리석은 관행을 멈춰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을 위해서 가치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교육해왔다”며 “이제 그들은 정부에 10만달러를 지불하고 급여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교육하려면, 우리나라 명문 대학 중 한 곳을 갓 졸업한 졸업생을 교육해야 한다”며 “미국인을 교육하고,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을 더 이상 들여오지 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우에 따라, 기업들은 H-1B 비자를 위해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의 이번 방침에는 H-1B 비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인도인 비율이 높은 H-1B 비자를 활용,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데려오면서 미국인의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H-1B 비자 개편 가능성을 지난 7월에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의 조셉 에들로 국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H-1B 비자의 발급 시스템을 바꿔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