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특혜 논란' 김병기 '보좌진 뒷담' 작심공개 리더십 '위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160만원 상당의 항공사 호텔 숙박권 수수’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가 25일 의혹 제보자로 전직 보좌진을 지목했다.
그는 “이들이 작년 12월 직권 면직된 뒤 공익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보좌진 일부는 “이 사태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갑질, 특혜 의혹”이라며 김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양측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여의도 맛도리’의 실체를 공개한다”며 12장의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사진을 올렸다. ‘여의도 맛도리’는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직원 6명이 모여있던 단체 채팅방의 명칭으로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를 주도하는 게 이들 전직 보좌진이라는 게 김 원내대표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그를 향한 비판이 적지 않게 보인다. 김 원내대표를 “병개”라고 지칭하고, 김 원내대표의 부인을 두고는 “사모총장. 이빨, 다 깨고 싶다”는 말도 있었다. 12·3 비상계엄 날에는 “계엄을 하려면 제대로”, “민주당 다 깜빵가냐”, “이재명 잡아가나” 등의 말이 오갔다.
김 원내대표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들을 전직 보좌진의 악질 제보 탓으로 치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 김 원내대표 본인의 행실 문제인 데다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장남이 국정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국정원 직원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나, 차남의 대학 편입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다.
최근에는 김 원내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박대준 대표와 호텔 식당에서 만나 고가의 식사를 접대받은 데다가, 본인 보좌진 출신의 쿠팡 임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는 등의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일 때 피감 기관인 대한항공으로부터 2박에 약 16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2인 조식 포함 1일 30만원 초중반"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반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김 원내대표의 부인과 자녀 등이 김 원내대표 지역구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대기 없이 진료를 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해당 병원의 시설과 의료진 확충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 여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민주당 한 의원은 “절대 갑인 국회의원이자 여당 원내 사령탑이 보좌진을 저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보좌진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처신에 대해 반성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