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강화군 반려동물 “폭염에 물도 안 줬다” 인천 번식장서
학대개 300마리 구조 인천의 번식장에 대한 점검이 필요
동물구조 및 보호단체 연합 루시의친구들이 인천 강화군의 번식장에서 학대 받은 개 300마리 이상을 구조했다고 26일 밝혔다. 빌린 명의로 허가를 받은 번식장이었으며, 영업자는 개들에게 법적 기준에 따른 관리와 돌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해당 번식장을 찾은 루시의친구들에 따르면 현장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낮 기온이 30도를 넘긴 가운데 개들에게는 신선한 물도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탈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현장을 함께 찾은 수의사가 개들에게 긴급하게 수액소치를 해야 했다. 개들에게 밥이라고 제공된 것은 상한 축산 폐기물로, 이마저도 불법 수거한 것이었다.
개들이 사육중인 뜬장에는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수북하게 쌓인 분변 위로 구더기가 우글거렸다. 복부, 엉덩이, 발, 얼굴에 오물이 묻은 개들은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산실의 어미개와 강아지들은 바구니 하나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미 죽은 개의 사체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루시의친구들 회원, 지자체 담당관, 경찰 등이 함께하며 밤 늦게까지 구조 활동에 나섰다. 이에 번식장의 업자는 “동물을 이렇게 키우는 거지 어쩌라는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개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인기 반려견종인 꼬똥(Coton de Tuléar)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기도 했다. 이에 일부 개들은 학대 현장에서 바로 구조되지 못하고 강화군의 일시 격리조치 대상이 됐다. 루시의친구들은 인천광역시 조례에 따라 재차 해당 개들의 보호를 자청했다.
해당 업자는 일부 개들을 미용 실습견으로도 제공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설득릉 통해 미용 실습견으로 제공된 12마리를 추가 구조했다. 해당 번식장에서만 300마리가 넘는 개를 구조한 것. 최소 20마리 이상이 출산을 앞둔 임신견이라 최종 구조는 350마리를 훌쩍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 동물들은 루시의친구들을 구성하는 여러 단체에 분산돼 건강 평가를 거쳐 돌봄과 입양 등 후속 활동이 따를 예정이다. 수유중인 어미와 새끼들은 가족 단위로 돌봄이 제공된다. 개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다리에 수술 봉합사가 매여져 궤사나 절단의 위기에 놓인 개들이 여럿 발견되는 등 추가적인 학대 정황도 발견했다. 다른 다수의 개들도 피부병, 치아질환, 슬개골 탈구, 암모니아 가스에 장기간 접촉한 결과로 시력 이상 등이 예상된다.
아울러 현장에서 집계된 각종 불법 사항들은 전부 고발조치 예정이다. 해당 번식장이 명의를 빌려 운영된 점을 들어 허가 취소도 요구할 방침이다.
루시의친구들에 따르면 인천에는 현재 84곳 동물생산업체가 영업 중이다. 이중 강화도에 49개소가 집중됐음에도 강화군에는 기본적인 동물보호조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은 올해 3월 기준 인구 300만 명을 넘긴 대도시이자 등록된 반려가구가 33만이 넘는 곳이다.
루시의친구들 측은 “성장하는 미래지향 대도시의 한 켠에서 동물들이 참혹한 고통 속에 방치돼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인천의 전체 반려동물 번식장에 대한 일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