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섭 기자

이 대통령 공개적 질타로 불러내 지선 앞두고 뜬 ‘이학재 사장 정치적 체급 상승’
이재명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연일 날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 사장이 이를 통해 오히려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사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네이버 트렌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업무보고 이후 이 사장에 대한 검색량은 폭증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당 의원 질의에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장은 ‘잘못된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잘못 표현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데 아주 정확한 표현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지난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못 가지고 나가는데,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질문했지만 이 사장은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대답했다. 외환 밀반출은 세관의 주업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외환 밀반출 단속이 공항공사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인 이 사장은 무지하다는 취지로 질책을 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몸을 낮췄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에도 발언권을 얻어 “대통령님 말씀을 잘못 이해하고 답변을 제대로 못 했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면 발견이 좀 어렵다”고 답변하는 등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틀 뒤인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외환 밀반출은 공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대통령이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는 반박이나 다름 없었다.

이 사장은 “지난 금요일(12일)의 소란으로 국민들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싶어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면서 “업무파악도 못한다는 힐난을 당한 것은 외화 밀반출에 대한 질문인데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고,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도 보안 종사자 아니면 책갈피 달러는 모르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이 사장이 두 차례에 걸쳐 격론을 벌임으로써 쟁점은 단순히 외환 밀반출 단속 책임이 관세청에 있는지, 공항공사에 있는지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학재 사장의 정치적 위상이 핵심 쟁점으로 키워지고 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1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이학재 사장을 향한 질책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거개입’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오버를 해도 한참 오버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책이 이 사장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학재 사장은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정치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공개 면박과 이후 이 사장의 재반박 과정에서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다.